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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며 움직임에 휩쓸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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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업은 나를 포함한 유기체들을 바라보며 시작한다. 하나의 모습으로 조직된 개체 속 형태와 기능이 분리되어있는 부분을 파고들고 벗겨 내면서 나타나는 구성을 살펴본다. 껍데기와 세포를 오가며 어렴풋이 감각하며 나를 구성하고 있는 부분들을 화면에 옮긴다. 완결된 하나의 존재로서가 아닌 떠다니는 여러 존재가 모인 통일체임을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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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모습은 고정되어있는 듯하다. 여기서 ‘모양’보다 ‘모습’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물리적인 외양의 의미를 넘어 대상의 표현형, 제스처, 나아가 대상의 내부까지 포함하기 위함이다.
사실 ‘모습’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외적인 키나 주름 같은 부분은 눈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흐름으로 변화하며 표정이나 동공의 확장·수축 같은 것은 비교적 빠르게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 내부 변화는 후성유전자의 발현이나 장기의 움직임, 피의 흐름까지 언제나 바삐 움직이고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유기체의 미시세계는 눈으로 직접 관측할 수 없기에 현미경이라는 기계적 안구를 통해 관측해야만 한다. 관측한 세계는 확대된 이미지로 변환되어 거시적 스케일로 보인다. 그들은(인위적인 방식이지만) 형광 빛을 내며 자신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나타난다.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이 떠다니며 여느 신체처럼 모서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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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쌓여 층위를 만들어내는 것은 유기체와 그림의 닮아있는 면이다. 확대된 세계를 캔버스로 옮겨와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하여 층위를 만든다. 이 과정은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이다. 뜯어진 미디엄 사이로 숨어있던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내면, 가장 바깥쪽과 만나게 되어 경계를 허물고 납작한 결합을 하게 된다.
많은 존재가 주변을 감싸고 있다. 경계가 무너지고 신체의 내외부가 와해한 순간 수많은 관계의 가능성을 활짝 열게 된다. 소중하고 어쩌면 불편한 타자를 감각해보자. 공들여 관계를 형성하고 어색함을 느끼고. 사랑과 분노라는 양가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일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