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
유전자 편집(Genome Editing)과 면역학이 발전하면서 근대가 설정한 몸의 경계는 무너졌다. 나의 몸은 여러 존재(미생물, 반려 동물, 벌레 등)의 내부가 되었고 나의 몸속은 이들과 접촉할 수 있는 구성적 외부가 되었다.
어떤 존재든 자신을 스스로 만들 수 없다. 공생-제작적(Sympoietic) 관계를 통해 나의 모습이 형성된다. 외적인 이미지를 결정짓는 요소 또한 내-외부의 각기 다른 환경에서 결정된다. 복잡한 방식으로 형성된 이미지는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는 것이 아니며, 그러므로 우리 존재는 고정되어있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나는 대상을 바라 볼 때 입자의 형태가 아닌 파동의 형태로 바라보려 노력한다. 빛의 직진성만이 아닌 갖은 훼방과 굴절을 통해 대상에 도달한 것임을 인지한다.
복잡다단하여 파악이 어려운 상태를 오독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다른 존재와 포개어지고 멀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레이어를 구축한다. 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덮여 지워지고 흔적만 남게 되는 것들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기억, 생각, 취향, 말투, 행동 같은 것들이 그렇다. 흔적들은 마치 세포 속 유전자처럼 어딘가에 각인이 되어 사라지지 않은 채 떠다닌다.
붓에 묻어있는 물감을 화면에 옮기면 대상은 차곡 그려졌다가 차곡 덮여 지워진다. 레이어를 포갤수록 원래 상태와 멀어지는 과정을 바라볼 때 마치 나 또는 어떤 존재를 보는 것 같다. 내가 그리고 있는 것은 자화상의 기본 구조를 가지며, 화면 위 그려진 대상은 나의 모습이자 당신일 수도, 이종일 수도 있다. 혹은 이 모든 것들이 겹쳐 언제든 변할 가능성이 있는 불완전한 상태일 수도 있겠다.
화면에 남은 여러 형태의 존재들은 꾸물거리는 얼룩들과 함께한다. 마스킹 액을 사용하여 생긴 이 얼룩들 말이다. 화면에서 탈락하여 지워졌다고 생각했던 것이 희미하고 납작하게나마 보여 전에 있던 것들을 추적할 수 있게 만든다. 미시적인 관점에서 이 얼룩은 형광 현미경으로 관측한 암호화된 유전 물질이며 한편으로는 생채기가 되어 끊임없이 움직이며 복구되는 현상처럼 보인다.
이렇듯 현미경으로 바라본 세계는 허구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존재들이 떠다닌다. 광표백이 일어나 흐려지기 전 순간을 포착하여 허구적 존재들을 캔버스에 가져온다. 쌓고 무너트리는 단계를 거치며 미묘한 문제가 일어나도 혼자가 아님을 생각하며 여러 유기체를 위한 시공간을 만들어 보기를 제안한다. 2024
[EN]
With the advancements in Genome Editing and Immunology, the boundaries set by modernity on the human body have crumbled. In a narrow sense, my body has become the internal space for various entities such as microorganisms, pets, insects, etc., and the interior of my body has become a structurally interactive external environment with them.
No entity can create itself. Through a symbiotic-sympoietic relationship, my form is shaped. Factors determining external images are also influenced by diverse environments within and outside. The intricately formed image is not self-contained, and therefore, our existence is not fixed. For this reason, when observing a subject, I strive to perceive it not in particle form but in the form of waves. I acknowledge that it reached the subject not through the straightness of light but through various deflections and refractions.
To avoid misinterpreting states that are complex and difficult to grasp, I construct layers by intertwining and distancing myself from other entities repeatedly. In this iterative process, some things are covered, erased, leaving only traces. As time passes, changing memories, thoughts, preferences, speech, behavior, etc., are imprinted somewhere like genes in cells, floating without disappearing.
Like transferring paint from a brush to a canvas, the subject is meticulously drawn, then gradually covered and erased. When observing the process of distancing through layers, it feels as if I am looking at myself or some entity. Thus, what I am drawing has the basic structure of a self-portrait, and the subject depicted on the canvas can be a reflection of me, you, or heterogeneity. Alternatively, all of these may overlap, representing an imperfect state with the possibility of change at any moment.
Various forms of existence remaining on the canvas coexist with lingering spots. Created using masking fluid, these spots, once thought to be erased from the canvas, appear faint and flat, allowing one to trace previously existing elements. From a microscopic perspective, these spots resemble encrypted genetic material observed through a fluorescent microscope, and simultaneously, they appear as living organisms constantly moving and regenerating like cell division.
Thus, the world viewed through a microscope is inhabited by fantastical entities that stimulate imaginary creativity. Capturing the moment before blurring due to photo-bleaching brings these imaginary entities onto the canvas. Through a process of building and collapsing, even in subtle problems, I propose creating a spatiotemporal dimension for various organisms, reminding us that we are not alone. 2024